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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보니 못살겠다고 아우성, 답은 단순한 삶 속에

"다녀보니 못살겠다고 아우성, 답은 단순한 삶 속에"
5년간의 생명평화 탁발순례 마무리하는 도법 스님
전국 3만리 걷고 8만명 만난 대장정
14일 지리산서 마지막 행사 갖고 회향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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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법 스님이 5년 동안 이끈 생명평화탁발순례가 14일 마무리된다.

2004년 3월 지리산에서 시작된 순례길은 전국에 걸쳐 총 3만여리를 걷고 8만여명을 만난 대장정이었다. 순례단은 13일 서울역에서 보신각까지 마지막 순례를 하고, 경운동 수운회관에서 마침 행사를 갖는다. 이어 14일 지리산 노고단에서 생명평화기도회를 갖는 것으로 순례를 회향(回向)한다.

"다녀보니 다들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야. 경제가 성장한 만큼 경제 타령이 줄어들어야 하는데, 너도 나도 경제 타령만 하고 있어. 온 국가, 대중이 경제에만 매달려 왔는데 경제 때문에 못 살겠다고 하니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9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도법 스님은 전국민적 관심사인 경제 이야기부터 꺼냈다. "요즘 서울은 어렵다고 하지만, 순례하면서 관찰해보니 시골에서 아들딸 대학 공부시키면서 아담하게, 단순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런 분들은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크게 충격 안 받아요."

스님은 이어 "나는 5년 동안 얻어먹고 살았는데 다들 나만 못한 것 같다"면서 "이제는 '걷는 타령'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전국을 순례하면서 우리들의 삶의 방식에 변화가 와야 한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문제가 크게 자연생태계 위기와 양극화, 이 두 가지인데 단순 소박한 삶을 목표로 하면 해답이 나온다고 봅니다. 느리게, 불편하게, 가난하게 사는 것이 대안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단순 소박한 것과 가난한 것과는 다릅니다."

사람들이 더 많은 돈, 큰 집, 좋은 자동차를 원하는 것은 편안하고 여유롭게 살기 위한 조건을 만드는 것인데, 그것을 위해 현재 누릴 수 있는 편안함과 여유를 희생하고 있지 않느냐고 스님은 반문했다.

"개인적으로 5년 순례가 선방에 10년 앉는 것보다 유익했다고 봐요. 내 의식 속에 있던 전도몽상, 즉 거품과 환상이 많이 사라지고 홀가분해지고 자유로워졌어요."

순례를 통해 스님은 스스로 단순 소박해졌다고 했다. 전에는 깨달음, 수행, 부처, 도량 등을 특별하고 거룩한 것으로 믿고, 자신이 그렇게 되지 못하는 것에 괴로워했지만 이제는 그것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순례 전에는 부처는 거룩하고, 밥은 하찮은 것이며, 똥은 쓸모없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밥도 똥도 부처도 귀하고 그 존재 가치가 평등하다고 생각해요. 전에는 끊임없이 부처를 찾았지만 실상을 알고 보니 부처를 봐도 똥을 봐도 편안합니다."

스님은 깨달음이란 것이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세상 이치를 알고 그것에 맞게 살면 된다면서, 불교에서 보는 세상 이치는 '동체대비(同體大悲)', 즉 세상에 귀하지 않은 것이 없음을 아는 것이라고 했다.

5년 전 순례를 시작할 때에는 '생명평화'라는 말에 불만을 갖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 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일반화, 대중화된 것이 사회적으로 얻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스님은 말했다.

스님은 순례를 마친 후 전북 남원시 산내면 지리산 실상사에 머무른다. 그 곳에서 순례 기간에 생각해둔 대안적 삶과 대안적 사회방식을 실천해볼 작정이다.

"유기농으로 자급자족하고 교육과 건강 문제는 재단을 구성해 마을 전체가 책임지도록 하는 사회적 안전망을 갖추면 될 것 같아요." 산내면에 농업을 근간으로 하는 대안적 사회를 만드는 것이 도법 스님의 꿈이다.

출처 : 다녀보니 못살겠다고 아우성, 답은 단순한 삶 속에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