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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삶을 위해 버려야 할 것들 -1. 카드

난 모든 종류의 카드에 중독 되어있다. 9개를 찍으면 한개가 공짜로 나오는 다빈치 커피 쿠폰, 시애틀 커피 쿠폰, 통신사 적립카드 항공사의 마일리지카드 면세점의 vip  카드 홈플러서 적립카드 빵집 적립카드.직불카드 , 현금카드, 체크카드 신용카드  이런 카드를 가지고 다니는 지갑에 카드가 열대여섯장은 족히 되며, 그때 마다 솔솔잖게 얻는 할인의 미덕에 기쁨을 느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많은 카드들을 다 치워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할인카드를 지니고 있지 않을땐 나만 바보가 된듯한 느낌, 영화를 볼때 더이상은 혜택을 받을 수없는  적립카드가 없음에 속은듯한 배신감, 카드를 쓸때마다 열대여섯장을 한손에 들고 척척 뒤져야 하는 귀찮음. 이런 적립카드를 사용해 할인을 받고 절약하는 돈이란 일년을 모아도 10만원이 되지 않을것이다. 그 돈을 절약하기 위해 가방 작은 주머니에 항상 넣어 다녀야하는 카드용 지갑 그리고 카드를 보여주고 적립을 위해 사용되어지는 조바심나는 수십초에서 일분 남짓의 시간,  늘귀찮아하며 안가져 다닐 수 도없는 복잡 미묘한 강박증 이모든것들이 나의 순수정신을 갉아 먹고 있는 쓸데 없는 일이 아닐까?

 신용카드는 인간의 노동을 담보로 미리 외상을  "땡겨" 쓰게 만든 새로운 방식의 자본이다. 인간이 플라스틱을 개발한 이후 플라스틱이 줄 수 있는 가장 고도의 행복감을 인간에게 가져다 주지 않았을까? 가계부를 정리하다 보면 이 " 땡겨씀" 을 그날 그날  기재를 한다해도 매달 결제일에 한꺼번에 나가고 나면,  뻔히 쓴 사용 내역을 다시 두번 세번 점검하게 만드는 물리적 스트레스와 월급을 받고 그 다음날이면 다시 부도의 정신적 스트레의 이중 고통을 준다.

 그리고  이모든 카드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카드는 커피 쿠폰이다. 비록 얄팍한 종이로 만들어져 꾹꾹 스템프를 눌러서 9개가 모이면 10개째는 행복한 공짜커피를 먹게 되는 아주 원시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아주 특이하게도 이방식은 10번째를 위해 9개를 절약하는 "모아씀"의 방식을 택하고 있다. 신용카드와는 판이한 방식을 택하고 있다.정직하다.

 여하튼  단순한 삶이 아름답다는 "잠깐 도"의 경지에 올랐을때 나온 생각에 주변정리를 하기로 했다. 카드들은 노란 고무줄로 꽁꽁 묶어 혹시 바뀔지 모르는 나의 변덕을 못믿어 버리지는 못하고 서랍 깊숙이에 넣어두기로 한다. 그러다 다시 커피카드를 빼고 은행카드를 빼고 체크카드를 빼 카드지갑에 다시 넣어둔다. 이쯤에서 그만 두어야지 이러다 한밤중에 깨어 다시 통신사 카드를 넣고 신용카드를 넣고 심지어는 빵집 적립카드까지 챙기지 않을까 하며 피식 웃는다.


출처 :  단순한 삶을 위해 버려야 할 것들 1.카드 - aurora borealis